부내 초등학교 도서관

부내초 선생님의 편지

안녕하세요 건축가님

부내초 도서관은 아이들, 선생님, 학부모 모두가 몹시 사랑하는 공간입니다. 물론 아이들은 체육관을 가장 좋아해요. 그리고 운동장도요. 또 급식실도 많이 좋아하지요. 도서관을 먼저로 꼽는 것은 사실 아이들 답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뛰어 노는 존재인데 책으로 묶어놓는 것은 건강하지 못한 학교이고 사회라고 생각합니다. 기능적인 면에서 그렇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도서관은 아이들이 참 좋아합니다.

편안해서 좋아해요. 엎드리고 누울 수 있거든요. 그리고 부드러운 곡선에 원목으로 만들어진 독특한 디자인의 서가겸 책상이 있고, 둥그런 마루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곳은 따뜻한 느낌으로 아이들을 사로잡습니다. 재미있는 책도 그렇지만요.

우리 도서관은 이렇게 아이들의 편안한 쉼터이자 책을 맘껏 보는 곳입니다. 저는 도서관에서 국어, 수학, 그리기 공부도 합니다. 아이들이 둥근 의자에 앉아 있고 제가 동그란 마루 끝자리에 서서 이야기하면 제 목소리가 나무 돔에 부딪쳐 은은한 공명이 생겨 아름다운 울림을 줍니다. 그 분위기가 참 좋습니다.

제가 도서관에서 수업하기 좋아하듯 우리 반 하늘이와 태건이는 놀기 좋아하는 곳으로 쉬는 시간이면 쪼르르 도서관으로 갑니다. 책을 빌리러 간다는 핑계지만 거기서 누워있거나 둘이서 숨기 놀이 하거나 할 목적입니다. 그래도 돌아올 땐 곤충책이나 만화책 한 권을 들고 오기도 합니다. 때론 제가 1학년 때 읽어주었던 책을 반거워라 하며 자랑스럽게 들고 오기도 합니다.

다른 학년 아이들도 도서관에서 자주 만납니다. 특히 3학년과 4학년 친구들은 방과후수업이 없을 땐 도서관에서 책을 읽거나 속닥이며 장난치는 등 도서관을 점령합니다.

전교생이 단체로 도서관에 올 때는 월별 기획행사 때입니다. 도서관에서 보물 찾기, 신간도서 퍼즐맞추기, 영화보기, 독서토론, 독서알뜰시장 등

그리고 교직원들도 월 2회 모여 기타연주 연습을 하러 도서관에 모이지요. 각종 연수와 학부모 회의 장소가 되기도 합니다.

이렇게 하나의 공간이 잘 쓰이려면 그곳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있고(현재) 성장하는 이야기(미래)를 생성해내는 구조와 모양이어야겠구나 생각합니다. 우리 도서관은 딱 그런 곳이지요.

부내초 구성원들의 이야기를 모아 이런 멋진 공간을 디자인 해주신 건축가 정상오님 감사해요 ^^

2019년 8월 2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