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열린 장소, 소통하는 집은 그 자체로 디자인이 됩니다.

집을 짓는 공사의 70%는 벽과 관련된 것이라고 해도 부족하지 않으니 ‘벽을 세운다’는 표현으로 바꿀 수도 있겠습니다. 벽과 벽이 만나는 방식에 따라 공간이 생기고, 빛과 바람, 사람이 들어오고 나갈지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이름의 사이(間)들은 칸막이, 복도, 봉당, 창, 툇마루 처럼 각각의 역할에 맞게 불리고 있습니다. 

<LE MUR>의 저자 ‘에블린 페레 크리스탱’의 말을 빌리자면 벽을 세운다는 것은 어떤 장소에 안과 밖을 부여하고, 경계가 만들어지고, 보호해주고, 기억한다라고도 표현 할 수 있습니다. 석기시대 움집부터 몽골 텐트까지 재료가 무엇이든 수직으로 세워지는 벽은 그런 역할을 해왔습니다. 나무, 벽돌, 유리, 철, 시멘트, 콘크리트도 개개인의 정체성을 표현하면서도, 바람과 비를 가려주고, 무게를 지탱하면 비로소 재역할을 다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벽을 위한 다양한 재료 중에서 코비즈의 건축가들은 ‘벽돌’을 좋아합니다. 기계에 의지 하지 않고, 두 손으로 들 수 있고, 흙이 있는 거의 모든 지역에서 자체적인 생산을 하고 있기에 지역성도 충분히 가지고 있습니다. 벽돌의 매력은 검소하고, 따뜻한 흙빛을 띠고 있어, 다른 재료들과도 잘 어울리고, 실내 공간에서도 어색하지 않은 재료입니다. 그 자체로 풍부한 가능성을 품고, 빛의 각도에 따라 그 모양을 다양하게  드러낼 수 있는 수공품의 흔적을 간직한 재료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김포 풍곡리 건축 준공후에 쓴 글중에서 - 건축가 정상오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