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남해 '동경 작업실'

요약 


남해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여기 동경작업실 입니다." 남해에서 어찌 아시고 여기까지 연락을 주셨는지 궁금했지만 예를 갖추어 "네 감사합니다. 찾아 뵙겠습니다"

이렇게 시작한 남해 작업은 또 다른 세상에나 있을 법하고도, 아주 평범한 건축물 입니다. 그동안 몇 차례 남해에 내려가서 느낀 점이 있습니다. '참 괜찮은 동네'라는 것입니다. 건축주는 남해의 이곳 저곳을 안내해 주었습니다. 진주가 고향이고 서울에서 출판 편집을 하시다 남해에 내려와 전세주택에 머물고 있었습니다.  유명한 베스트셀러도 몇권 만들어내셨더군요. 건축주는  남해의 풍경이 어떤 곳인지 자기도 궁금하다면서 함께 이곳 저곳을 다녔습니다.  그사이 친한 사이가 되어갔습니다.  

돌창고 프로젝트, 작은 해안, 독일인 마을, 용문사, 그리고 집이 들어설 영지리 마을...남해 작업은 몇 번의 과정이 있었습니다. 첫 만남이 있던 날 건축주의 집에서 잠을 잤습니다.  밤 늦게까지 이어진 이야기 속에서 몇 개의 키워드를 찾아 내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해안가 카페에 가서 새벽에 작성한 스케치와 종이모형을 보여주었습니다.  그것이 첫 번째 안이 되었고 기준이 되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다음은 건축주와 일본여행을 다녀온 다음 입니다. 일본의 전통가옥, 정원, 나오시마에 함께 다녀오면서 나눈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계획안은 구체화 되었습니다. 

동경작업실은 이제 제법 남해 스러운 건물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앞으로 몇 번의 작은 조정을 마치고 인테리어를 담당하는 조합의 이소장님이 한 번 더 수납과 동선을 살피고 난 후 견적에 들어갑니다. 남해는 출판을 위한 편집실과 주택의 기능을 모두 담아야 하는 곳입니다. 

이쯤이면 궁금한 건축물이 되겠지요 ^^ 2016년 10월 기록합니다.  

건축주의 편지

동경작업실 

나는 왜 집을 지으려고 하는가?

.........관계의 문제와 더불어 공간의 문제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풀어나감에 있어 함께 공유하는 공간만큼 마음을 더 크게 열어주는 것은 없을 것이다......

 ‘출판’과 관련한 다양한 일들을 하면서 지내고 있다. 책이라는 것이 매일 한 권씩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한 권의 책을 맡으면 서너 달은 걸린다. 거기다가 출판사의 출판일정을 고려하면 몇 달이 더 걸리기도 한다. 그래서 크게 돈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 일 자체가 우리에게는 즐거움이기 때문에 흔쾌히 한다. 

그래서 우리에게 집은 삶의 공간이자 작업의 공간이다. 남해라는 지역을 처음 선택한 것은 바다가 있기 때문이다. 바다가 있는 여러 섬들 가운데 그나마 개발이 덜 된 땅이기 때문이었다. 

우리에게 남해에서 집을 구하는 조건은 읍내에서 가깝지 않아도 되고, 바다가 보이지 않아도 된다. 물론 읍내가 가까우면 편리할 것이고 바다가 보이면 조망이 좋을 것이다. 하지만 읍내는 사람이 많아 번잡하고 시끄러울 것이라 했고, 마음만 먹으면 어디든 나가서 바다를 볼 수 있다고 했다.

............서울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돈으로 전세를 얻어 살고 있다. ‘책’이라고 하는 매개를 통해 ‘남해 가이드북’을 만들고, 도시적 개발보다는 ‘가장 남해다운’ 개발을 하는 것이 앞으로 할 일이다. 불안정한 떠돌이 삶이 아닌 붙박이 마을 주민으로 살기 위해 나는 ‘집’을 지으려 한다. 누구나 집에서 살고 있지만, 세상에 없던 그런 집을 짓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