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마을 미풍과 장풍

요약

    • 규모 : 주택 신축

    • 구조 : 2중 단열, 목구조, 미장 마감

    • 기간 : 2017년 1월~2018년 2월

    • 위치 : 경기도 안성시 금광면

    • 시행 설계 : 코비즈건축협동조합

    • 시공 : 코비즈건축협동조합

    • 규모 : 연면적 120㎡, 2층


장미 마을에서 처음 입주한 가족입니다. '우리집' 이야기를 담은 건축주의 이야기를 함께 나눕니다.


나에게 집이란...

1. 고향집에 대한 향수 ; 이 이야기를 하려면 내가 살던 산골마을로 시간 여행을 떠나야 한다. 나는 경북 영양 산골마을에서 고등학교를 마칠 때까지 살았다.

우리 집은 사방이 산으로 둘러 싸여 있고 굽이 굽이 낙동강 상류가 돌아나가는 곳에 있어 동네 사람들은 ‘물건너 마을’이라고 불렀다.

우리 집은 2개였는데 초등학교 때까지는 할아버지와 아버지께서 손수 지은 흙집에서 살았고 중학교 때는 바로 옆에 빨간 벽돌 집을 지어서 이사를 갔다. 꿈을 꾸면 고향집이 배경으로 자주 나오는데 이상하게도 거의 첫 번째 흙집만 나온다.

꿈 속에서 나는 어린 아이가 되어 흙집 이곳 저곳을 누볐다. 잠에서 깨고 나면 진한 아쉬움이 남아 다시 눈을 감기를 몇 번이나 했는지... 내가 지금 집을 지으려는 이유에는 아마도 산골 고향집에 대한 향수가 5할은 되지 않을까?

동네에 또래가 없어 늘 혼자 놀았던 내게 옛날 고향집은 무궁한 놀이터가 되어주었다. 봄이면 집주변 담벼락 밑으로 난 돌나물, 냉이, 달래를 캤고, 여름이면 마당을 가득 덮던 대추나무 잎사귀가 태양 볕에 반짝반짝 윤이 났다.

낮게 만든 지붕 위에 올라가 언젠가 던져놓은 앞니가 아직 있는지 찾아 보기도 했고, 배가 고파지면 뒷마당 지붕을 덮고 있던 향긋한 왕자두와 살구를 따 먹기도 했다. 아이 다섯의 주전부리를 위해 아버지는 집 둘레에 과일나무를 참도 많이 심으셨다.

그 덕에 철마다 과일은 넉넉히 먹으며 자랐다. 앵두, 살구, 자두, 복숭아, 대추, 포도, 배, 감, 사과... 외지에 나와 살면서 사먹은 제 아무리 비싼 값의 과일이라도 고향집 과일만큼 맛이 있었던게 없었다.

어느 가을 대추 터는 날이면 학교 마치고 집에 오는 길이 그렇게 설레었다. 온 마당과 지붕 담벼락 넘어까지 끝도 없이 후두둑 떨어지던 큼지막한 대추.

집 안 가득 달큰한 대추향이 퍼졌고 사다리도 없이 대추나무 위에 올라가 나무를 흔들던 아버지...

겨울이면 아버지가 뒷산에서 잡아와 껍질을 벗긴 토끼 가죽이 처마 밑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어 변소 가는 밤 길에 등허리 털이 쭈뼛 서기도 했고, 처마 밑에서 겨울 찬바람을 맞으며 꾸들꾸들하게 건조된 생선을 연탄불에 구워주시던 아버지...

생각해 보니 고향집에는 늘 태산과도 같았던 아버지가 계셨다. 그 밖에도, 내 방 앞 경운기 위에 앉아서 커다란 두 눈을 부라리던 올빼미를 창호지 문 구멍 뚫어 보았던 일, 뒤안 창고를 탐험하다 갑자기 튀어나온 생명체(박쥐)에 언니랑 혼비백산이 되어 까무러친 일,

길고양이가 연탄보일러 옆에 보금자리를 트고 새끼 낳아 기르다가 연탄가스에 중독돼 기절했던 일... 우리는 고양이들이 죽을까봐 울고 불고 했고 어머니는 땅의 기운을 마시라고 코를 흙바닥에 박으시고 마이신을 먹여 살려내셨다. 훗날 어른이 되어 ‘흙은 생명이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 나는 고향집 길고양이가 떠올랐다.

이 밖에도 셀 수 없이 많은 고향집에 얽힌 나만의 추억.. 그 추억들이 내가 늘 첫 번째 흙집을 꿈꾸게 한 것 같다. # 내가 나에게 주는 선물 & 우리 가족에게 모두에게 주는 선물

가족을 이루고 생긴 소원이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마당 있는 집에서 사는 것!

2. 추억이 담긴 신양복리안성에 정착하면서부터 우리 가족은 호랑이 마을, 플로랜드, 황금들녘으로 자전거 산책하는 것을 좋아했다.

남편과 단 둘이 오기도 했고 막내가 태어나기 전에도 두 아이들과 함께 왔었고 막내가 태어나서도 자동차 두 대에 자전거 4대를 꾸역꾸역 쑤셔넣고 오기도 했다.

예전에는 시청에서 운영하던 자전거 대여소가 있어서 좋았는데 없어져서 아쉬웠다. 그런데!!! 우리가 그 마을에 살게 되다니♥ 신양복리에서 앞으로 주말마다 아이들과 자전거 산책을 하고 호랑이 마을에서 보물찾기 하듯 호랑이 그림 찾기를 할 생각에 우리 가족은 들떠있다.

운명이란 이런게 아닐까? 생각만 해도 마음이 따스해진다.

준서네 생활하는 집 _ 단정하고 단아한 집 _ 170603 — 2017. 6. 16 오후 10:33:53

준서네 초기 스케치 — 2017. 6. 16 오전 8:33:49